대형트럭의 사고문제

횡단보도까지 불법주차…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에 아찔

《 지난해 1월 18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승용차 한 대가 7세 남자아이를 들이받았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중 입구에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갑자기 뛰어나온 아이를 보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아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승용차 속도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까지 위태로운 사고였다. 불법 주정차는 교통사고의 숨은 ‘주범’ 중 하나다. 차량 충돌 등 직접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주정차 차량을 피하던 과정에서 간접사고를 유발한다. 이제 불법 주정차는 단순히 도로 체증을 유발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

서울시 불법 주정차 단속 공무원들이 5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에서 불법 주차된 화물차를 단속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시에서 하루 평균 7600여 건에 달하는 불법 주정차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주정차 때문에 생기는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단속은 물론 다양한 규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영대 기자 [email protected]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북 경산시에서는 승용차가 횡단보도에 정차 중이던 차량에 시야가 가려 6세 아이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개월 뒤 서울 강서구에서는 일방통행 골목을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나온 고령의 보행자와 충돌했다. 길 양쪽에 서 있는 주정차 차량 때문에 보행자를 보지 못한 것이다. 길을 걷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도심 도로와 골목길은 어김없이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다. 찰나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도로 위의 ‘함정’들이다.

○ 주정차 차량에 운전자·보행자 모두 ‘아찔’

5일 오후 5시 반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시 교통지도과 서북지역대의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서북지역대는 마포 용산 종로 서대문 은평 중구지역의 불법 주정차 단속을 맡고 있다. 지하철 합정역 9번 출구에서 망원역 쪽 약 800m 구간이 단속 현장이다. 왕복 6차로인 이 구간은 차량 소통이 비교적 원활하다. 보통 차량들의 주행속도는 시속 60km. 문제는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주정차 차량이었다.

성산초등학교 앞 사거리를 지나 망원역 방향 400여 m 구간은 길 양쪽으로 건물 앞마다 불법 주정차 차량 1, 2대가 있었다. 횡단보도에도 주정차 차량들이 버젓이 서 있었다. 단속직원이 불법 정차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4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자 운전자는 “잠깐 은행에 들렀다 왔는데 과태료를 물리면 어떡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빠앙∼.”

순간 귀를 찢는 경적소리가 울렸다. 승용차가 차로를 바꾸려고 급하게 방향을 튼 택시에 놀라 급정거하며 낸 소리였다. 불법 주차 중이던 1t 화물차가 화근이었다. 택시가 화물차를 피하기 위해 차로를 바꾸다 자칫 추돌사고를 낼 뻔한 것이다.

동아일보

건너편 도로의 상황도 마찬가지. 공사 장비를 실은 승합차 3대가 트렁크를 열어 놓은 채 불법 정차 중이었다. 한 단속 직원은 “이동형 폐쇄회로(CC)TV로 번호판을 찍어야 단속할 수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하려고 트렁크를 열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정차 중인 승합차 때문에 도로로 1m가량이나 들어와야 했다.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학원 통학차량들도 불법 주정차 행렬에서 빠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길과 접하는 큰 도로에 통학차량 3, 4대가 줄지어 있다 보니 골목길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도로 상황을 볼 수가 없었다. 통학차량에 가려 달려오는 차량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도로로 나온 차량이 달려오던 차량들과 맞닥뜨리면서 위험천만한 순간이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6일 오후 1시 10분경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등학교 근처. 학교에서 60여 m 떨어진 골목길은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다. 폭은 9m도 되지 않았다. 약 40m에 불과한 골목길 한쪽에는 무려 11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 중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오던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주차 차량 옆에 붙어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었다. 그 옆을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리자 한 어린이가 깜짝 놀라 길 가장자리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 이제는 안전을 위한 주정차 대책 필요

최근 5년(2011∼2015년)간 서울지역에서 이뤄진 불법 주정차 단속은 연평균 279만7092건. 하루 7663번의 단속이 이뤄진 셈이다. 올 1∼3월 단속은 76만4360건이다. 김정선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1, 2월 단속 실적이 줄다가 3월 들어 10% 넘게 늘었다”며 “시와 자치구에서 단속 직원 753명과 CCTV 단속 차량 200대 등을 동원해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철 서북지역대장(주무관)은 “인도 위나 교차로 건널목 부근의 ‘안전 침해형’ 불법 주정차는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다양한 대책이 더 있어야 한다”며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교차로 부근의 불법 주정차는 과태료를 차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차고지 증명제 전면 도입과 함께 자투리 공간을 탄력적으로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차고지 증명제는 자동차 소유자가 차를 세워 놓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할 관청이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처럼 일정 비용을 내고 증빙서류를 받으면 자투리 공간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교통사고 유발 위험이 큰 교차로 우회전 구간 10m를 ‘레드존’으로 지정해 사업용 차량도 예외 없이 주정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